이 땅에서 사회복지사로 산다는 것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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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자 | 사회복지사 | 등록일 | 2008-08-28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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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탄재 함부로 발로 차지 마라.
너는 누구에게 한 번이라도 뜨거운 사람이었느냐.’ 안도현의 시 ‘너에게 묻는다’이다. 매우 짧고도 간결하지만 함축된 의미는 심장(深長)하다. 이 시의 핵심은 연탄재이다. 연탄은 70, 80년대만 하더라도 서민의 삶과 애환을 함께한 난방연료였다. 값싼 연탄 한 장으로 추운 겨울을 가족이 오순도순 이겨낼 수 있었고, 활활 타오르는 불로 따스한 밥을 지을 수 있었으며 노점상에게는 군고구마, 오징어를 굽는 화롯불처럼 유용하였다. 소모된 연탄은 재가 되어 겨울철 빙판길에 뿌려져 미끄러움을 방지하였다. 비가 내린 후 질퍽질퍽한 길에 뿌려져 신발이 물에 젖는 것을 예방해주었다. 다른 한편으로는 골목길에 쌓아놓은 연탄재를 심심풀이삼아 발로 차기도 하였고, 술 마시고 홧김에 분풀이로 집어던져서 깨부수기도 하였다. 때로는 싸움 도구로 사용되었다. 시인은 연탄재의 본질을 무시한 채 쓸모없고 하찮다고 함부로 발로 차는 사람들에게 ‘당신은 이웃, 사회, 나라를 위해 한 번이라도 뜨거운 사람이었느냐’고 준엄하면서도 호되게 꾸짖고 있다. 연탄재와 뜨거운 사람의 비유 및 의인화는 이 시의 압권이라 할 수 있다. 이 같은 연탄이 산업화 물결에 밀려 지금은 효용성이 많이 떨어졌다. 골목길에서 구경하기조차 힘들게 되었다. 가난의 굴레로부터 벗어나서 그런 걸까? 21C 신자유주의가 기승을 부리고 사회양극화가 심화되면서 "신연탄재 서민"들이 마구 속출하고 있다. 또한 거대한 자본과 권력을 앞세운 기득권층은 그들을 마구 짓밟고 인권을 유린하며 기본적인 가족관계 마저 단절 및 해체시키고 있다. 문득 전문가(士)중에서 연탄재와 비유되는 사람들이 사회복지사가 아닐까 싶다. 먼저 위 시를 사회복지사로 바꾸어 인용해 보고자 한다. ‘사회복지사 함부로 발로 차지 마라. 대한민국 사람들은 사회복지사에게 한 번이라도 뜨거운 사람이었느냐.’ 사회복지사란 사회복지에 관한 전문지식과 기술을 가진 자를 일컫는다. 명칭은 ’70년에 사회복지사업종사자로 처음 도입되었고, ’83년부터 사회복지사로 사용해 오고 있다. 자격증은 1~3급이 있다. 1급은 ’03년에 국가시험으로 승격되어 전문성 향상을 꾀하고 있다. 사회복지사는 20만명이고, 종사자 수는 60,630명(사회복지전담공무원 9,830명, 시설근무자 5만 800여명)이다. 주당 평균 55시간 근무하고 법정 노동시간을 65.7%가 초과하고 있다. 생활시설 종사자의 연봉(15호봉)은 25백만원으로서 공무원 대비 63%에 불과하다. 이직 고려는 약50%에 육박하고 있다. 즉 인력의 절대부족, 근무환경의 열악, 낮은 보수체계, 잦은 이직률은 3D(더럽고, 힘들고, 위험하고)직종으로 전락시켜가고 있다. 지금까지 사회복지사들은 주로 국민기초생활보장수급자와 사회복지서비스 계층의 복지서비스를 위하여 헌신적으로 일해 왔다. 사회안전망의 지탱을 위하여 주춧돌과 기둥 역할을 다해왔다. 그런데 우리나라의 사회복지는 외환위기 이후 선별적 복지에서 보편적 복지를 지향하던중 갈수록 시장자유화 바람이 거세게 밀어닥치면서 시장화와 민영화로 나아가고 있다. 복지의 공공성과 분배성보다 생산성과 효율성을 강조된 나머지 이들의 위상과 역할은 연탄재처럼 함부로 이리 차이고 저리 차이고 있다. 이는 마치 루쉰(魯迅)의 "아Q정전"에서 청나라가 서양열국의 식민지 각축장이 되어 지배를 당하면서도 당국에서는 인민들을 억압하고 짓밟아버리는 의인화된 모습을 연상케 한다. 정부에서는 사회복지예산 대폭 증대와 국민소득 2만불 시대를 홍보하고 있다. 그러나 우리나라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의 국민총생산(GDP)대비 복지지출 21.2%와 비교했을 때 6.1%에 불과해 30개국중 최하위 수준에 머물러있다. 사회복지사는 전 인구 대비 0.12%가 고작이다. 선진국에 비해 턱없이 부족하다. 전문 인력의 절대부족은 이 땅에서 최소한의 임금을 받고 사회복지사로서 일하는 것조차 허용하고 있지 않다. 오히려 경제적 논리에 밀려 비생산적, 소모적 및 낭비적인 것으로 몰아붙이는 사회적 분위기를 만연시키고 있다. 전문가란 어떤 분야를 연구하거나 그 일에 종사하여 그 분야에 상당한 지식과 경험을 가진 사람을 일컫는다. 사회복지사가 전문가로서 홀로서기 위해서는 지금까지 언급했던 외적 요인뿐만 아니라 내적 성찰도 뒤따라야한다. ‘너에게 묻는다’를 ‘나에게 묻는다’로. 사람 사는 세상에는 반드시 물, 공기가 필요하듯 복지와 그 일을 하는 사람도 있어야 한다. 사회변화에 따른 복지흐름의 현상과 본질을 제대로 꿰뚫어 보고, 체계적으로 전략과 비전을 준비하여 조직적으로 대응해 나가야겠다. 사회복지사의 ‘권익옹호와 전문성함양’을 위하여 ‘아고라의 촛불’처럼 하나 되는 모습을 만들어 갔으면 한다. <채수훈 익산시 사회복지전담공무원/원광보건대학 사회복지과 겸임 조교수> *출처 <월간 전북사회복지신문>(2008.8월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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